Project Colorfu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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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 Project Colorful Mind

10. 찝찝한, 그러나 해야 하는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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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찝찝한, 그러나 해야 하는 Awkward but mandatory (上)

 Written by Kaelly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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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으로 우중충한 하늘이 그를 닮았다. 커크는 발에 걸리적거리는 진흙을 부러 꾹꾹 눌러밟았다. 흐린 날씨만큼이나 꿀꿀하고 찝찝한 기분이었다. 언제나 새로운 모험과 낯선 별에서의 탐사를 즐기는 커크였지만,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그 어떤 즐거움도 반감된다는 사실을 그는 이제야 알았다는 뜻이었다.


쿵. 다시금 대지 전체가 무겁게 울었다. 진동의 근원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는 듯했다. 해리슨은 거침없이 늪과 웅덩이를 피해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커크와 보안 요원들은 자신을 잡아끄는 둔중한 중력과 발에 들러붙는 진흙에 저항해야 했지만, 그는 탐사대원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투였다.


결국 짜증이 치밀어오른 커크카 한 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였다.


"으악!"


보안 요원 하나가 발을 헛디뎌 깊은 늪에 반쯤 빠지고 말았다. 꿀렁거리는 흙이 개펄처럼 사람을 빨아들였다.


"도와주세요!"


커크와 다른 보안 요원이 그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한참을 끙끙거리며 씨름했다. 해리슨이 도왔다면 더 빨리 꺼낼 수 있었을 테지만,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었다. 커크는 자신의 몸을 내핵으로까지 붙잡아 내리는 것 같은 중력에 저항하며 용을 썼다.


커크는 그것으로 명백하게 알았다. 이 별은 자신들을 환영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자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별은 분석한 대로 곧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고 그러면 지금 살아있는 생물종들은 멸종할 것이다. 해리슨의 크루들이 살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우리가 왜 여기에 더 있어야 하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커크는 주먹에 힘을 주었다. 천신만고 끝에 목까지 흙에 잠겼다가 빠져나온 보안 요원은 이미 기진해 있었다. 커크는 진흙 범벅이 된 보안 요원들에게 안전한 땅에서 대기하라고 지시한 뒤 발을 재게 놀려 해리슨을 쫓았다. 꿋꿋이 직진하고 있는 그의 단단한 등이 다시금 보였다. 커크는 이를 갈다시피 하며 그를 소리쳐 불렀다.


"해리슨!!"


해리슨은 그 자리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커크밖에 없는 것을 보자 그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걷기 시작했다. 주변의 풍경은 이제 제법 숲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대지는 단단했고 드문드문 거대한 암석들이 보였다.


커크는 결국 젖먹던 힘을 다해 달려 그를 따라잡았다. 그러고도 그가 돌아보지 않아서, 굳이 그의 어깨를 잡아 자신을 보게 만들어야만 했다.


"내 말 안 들려?! 대원 하나가 늪에 빠져서 죽을 뻔 했다고!"

"말했을 텐데. 귀찮게 하지 말라고. 덜 떨어진 자는 낙오되어도 상관 없어. 그게 자연이 선택한 적자 생존의 법칙이야. 도태될 자는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둬."


커크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곧 화를 내며 해리슨에게 따졌다.


"제정신이야? 너는 함장이야. 함장은 크루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야만 하고 그들을 가능한 한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어!!"

"'네' 크루들이겠지. 커크. 내 크루들은 72명, 그들뿐이야. 알겠나? 지키고 보호하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해. 나는 관여하지 않을 테니."

"뭐 이런 개새끼가-...."


커크의 눈썹이 위협적으로 꿈틀거렸다. 해리슨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은 할 말을 다했다는 듯 커크를 바라보았다.


"네놈을 함장으로 고른 것부터가 잘못됐어. 너를 깨운 것부터가 모두 잘못이었다고."

"그에 동의하지."


커크의 비아냥에 해리슨이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며 대꾸했다. 그의 시선은 커크에게 못박혀 있었다. 커크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해리슨의 태도에 더 약이 올랐다.


"너같은 자를 함장으로 둔 72명이 더 불쌍할 정도야. 아니면 그 사람들도 다 너처럼 파괴적이고, 폭력적이고, 세계 정복을 꿈꾸는 거야?"


해리슨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손은 페이저 위에 있었고, 얼굴은 언제나처럼 무표정했다. 커크는 종종 그 얼굴이 300년 묵은 망령 혹은 유령 같다고 생각했었다. 차가운 얼음에서 깨어난, 마음도 영혼도 얼어버린 무감정한 생명체. 혹은 무생물. 


해리슨이 천천히 페이저를 꺼내들었다. 커크는 이에 흠칫했다. 자신의 도발에 넘어간 해리슨이 화가 나 그대로 자신을 쏜다면? 여기는 보안 요원도 없었다. 이 자리에서 해리슨이 자신을 죽이고 사고가 있었다고 말하면 끝이었다. 커크는 위험성을 자각하고서도, 끝내 입을 놀렸다.


"워, 지금 나를 위협하는 거라면-"


페이저의 총구가 정확히 커크의 머리를 향했다. 커크는 이제야말로 눈을 크게 뜨고 두 팔을 들어올렸다.


"잠깐! 우리 말로 해!"

"비켜. 당장!!"


해리슨의 일갈이 터짐과 동시에 커크가 몸을 숙였고 페이저의 광선이 공중을 갈랐다. 커크의 머리가 있던 곳을 가로지른 광선은 소리없이 다가오던 거대 토착생명체를 정확히 꿰뚫었다. 토착 생명체는 매끈한 털과 긴 발톱을 가진 재규어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지구의 동물 사이즈와는 거리가 있었다. 쿵, 하고 육중한 소리가 들리자 바닥에 주저앉은 커크가 허겁지겁 뒤로 물러섰다. 해리슨이 약간의 짜증이 섞인 투로 말을 뱉어냈다. 그는 어느새 커크 곁에 서 있었다. 


"걸리적거리지 말라고 말했잖아."


커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쿵, 하고 땅을 울리는 진동이 들렸다. 그것은 화산 활동이라기엔 지나치게 가까웠다. 커크와 해리슨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방금 쓰러진 토착 생명체와 같은 사이즈의 동물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긴 울부짖음이 그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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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7. 23:46
카레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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