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Colorfu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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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감시자 Surveillant (下)



Project Colorful Mind

 8. 감시자 Surveillant (下)

 Written by Kaelly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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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태어난 장소는 그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 설령 출생한 곳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해도, 본향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기억과 본질적 근원 자체로 인식되는 것이다. 저도 모르게 끌리는 과일의 냄새라든가 고개를 들어 고향이 어딘지를 헤아리게 되는 그런.


그 삶은 필연적으로 죽음과 결부되어 있다. 단적으로 삶의 끝은 죽음이며 곧 삶이란 죽음에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연어가 탄생과 죽음의 고향으로 귀향하고 코끼리가 저들의 무덤을 찾아가 스스로 눕듯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티베리우스 커크에게 그 모든 의미를 함축한 장소가 하나 있었다.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곳. 한계를 측정할 수 없고 생명체의 존재를 거부하며, 닥터 맥코이의 말을 빌리자면 암흑과 적막에 싸인 질병과 위험 그 자체인 곳.


우주. 


그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곳에서 죽었다.


호불호의 단순한 감정만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불가분적 관계가 우주와 그 사이를 연결했다. 우주는 그의 고향이자 모태이자 아버지였다. 조지 커크를 삼킨 우주는 제임스 커크에게 대신 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커크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지만 그러했다. 커크가 우주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무중력은 그의 요람이었다.


“본즈. 난 우주에서 벗어날 수 없어.”


항해를 시작한 파이오니아의 전면 창문에 검은 우주가 보였다. 브릿지 뒤편에 앉아있던 커크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시선을 던졌다. 그의 옆자리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맥코이 또한 짧게 대꾸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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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은 알파 쿼드란트의 서쪽으로 진로를 설정했다. 기존에 제임스 커크와 엔터프라이즈가 탐사했던 쪽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맥코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크루들은 이미 함장으로 5년이나 일했던 커크와 존 해리슨이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하리라 예상했지만, 생각 외로 둘은 크게 부딪치지 않았다. 해리슨이 계획을 세우면 커크는 그대로 따르는 식이었다.


탐사 계획이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이기도 했고, 커크 입장에서는 해리슨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단지 커크는 직접 탐사를 내려가야 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참여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그것만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해리슨의 감시자였다. 존 해리슨, 실제로는 칸 누니엔 싱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은 그 이유 때문에 커크가 직접 탐사에 참여하는 것이라 여겼다. 커크 본인도 그 사실을 구태여 입 밖에 낼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실지로는 개인적인 성향이 한몫 했다. 커크는 과거 스팍의 잔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꼬박꼬박 탐사에 참여했고 그 위험과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함께 내려가는 자가 뾰족귀 외계인이든 중강 인간이든 별 관계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주선 파이오니아는 탐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토착 생명체가 존재하는 M급 행성을 발견했다. (이전에 발견한 행성은 모두 인간이 호흡할 수 있는 대기 상태가 아닌 ‘탐사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함장석에 앉아있던 해리슨이 브릿지를 둘러보았다.


“별에 내려갈 탐사대를 구성한다. 그럼 이번 행성에서 나와 함께 같이 갈-.”

“나.”


해리슨은 뜻밖이라는 듯 뒤에 앉은 커크를 돌아보았다. 커크는 말없이 해리슨을 바라보았고, 해리슨 또한 조용히 그를 주시했다. 옆에 앉은 맥코이와 체코프, 술루가 불안한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체코프는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키기까지 했다. 다행이도 침묵은 짧았다.


“커크. 그리고 보안 요원 둘이 함께 간다. 전송실로.”


해리슨은 바로 일어서서 터보 리프트로 향했다. 본래 규정대로라면 부함장인 커크가 함장석에 앉아 지휘해야 했지만, 커크와 마찬가지로 해리슨 또한 규정을 중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커크는 속으로 예쓰-! 를 외치며 바로 그를 따라 리프트에 탔다. 


문이 닫히고, 브릿지에 남은 크루들은 해리슨과 커크가 충돌 없이 탐사를 마무리하기만을 기도했다. 


전송실에 가서 별에 내려서기까지, 해리슨과 커크 사이에는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다.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불편하고 어색한 두 사람의 침묵에 보안 요원들마저 덩달아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해리슨은 그저 이 별이 얼마나 살기 좋은 환경인지를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었고, 커크는 어떤 토착 생명체들이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네 사람이 완전히 땅에 발을 디디고 나서야, 해리슨의 첫 마디가 떨어졌다.


“최대한 나를 귀찮게 안 했으면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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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1. 02:28
카레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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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칸커크 릴레이 'Project Colorful Mind' | Star trek : Into Darkness 기반 | 집필자 : 카레우유, Gesilliya | 아이디어 출처 : pic.twitter.com/CJ5lStal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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