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릿 본부를 향한 습격이 실패한 뒤 USS 엔터프라이즈호가 5년 임무를 떠난 후 4년 10개월이 지났다. 본부 건물의 모습은 여전했고 사람들도 그 때의 일은 잊은 듯 평화롭기만 했다. 단지 본부로 향하는 길에 세워진 위령비만 그 때를 기억하는 듯 있을 뿐. 위령비가 없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 유독 그것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위령비를 정면에서 바라보는 이의 눈동자는 차갑게 얼어붙은 푸른색 이었다.
Project Colorful Mind 1. 대령 존 해리슨 Colonel John Harrison (上) Write by Gesilliya |
삐-삐-삐-
나지막한 전자음이 세 번 울리자 사내는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꺼냈다. 그는 암호로 이루어 진 코드를 힐끔 보곤 스타플릿 본부 건물로 시선을 돌렸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건물을 보는 눈엔 잠시간의 경멸이 스쳐 지나갔고 시선을 두던 곳으로 그는 발을 옮겼다.
건물에 들어선 사내들은 그곳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시선이 모일 법 한데도 건물 안 사람들은 그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인증기계 앞에 있던 관리인은 게이트로 향한 사내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스캐너가 사내의 안면을 읽자 관리인이 들고 있던 패드에 인적 사항이 출력되었다.
[ John Harrison, Colonel, Accept. ]
관리인이 어떤 표정을 짓건 사내는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었지만 사내와 같이 타긴 싫은지 막 도착 한 엘리베이터를 마다하고 나중에 오는 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안에서 나오는 이들 역시 사내를 보자 흠칫 거리며 자리를 비켰다.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 선 그는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서 있었다. 사내가 완전히 사라지자 엘리베이터 앞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대화를 주고받았다.
" 해리슨 대령님 께서 오셨습니다. "
보좌관이 말을 전하자 찰칵 하는 소리가 작게 났다. 사내- 해리슨 대령은 보좌관의 다음 말을 기다리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아있던 이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날 때 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대령이 책상 바로 앞 까지 와서야 고개를 든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 소장. "
이름도 아닌 계급으로 불린 이는 해리슨 대령이 던지다시피 한 서류봉투를 가져다 풀었다. 군데군데 알 수 없는 것이 묻은 서류를 소장이 읽는 동안 대령은 조각상 마냥 서 있었다. 서류를 봉투에 넣은 준장은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두 개의 봉투를 꺼내 밀었다. 한 봉투의 겉면엔 'PCM' 이라는 글자가 있었고 다른 하나는 아무런 표식이 없었다.
" 다른 임무가 우선일세. "
PCM이라 쓰인 봉투로 향했던 손을 거둔 대령은 다른 봉투를 먼저 열고 안의 서류를 꺼냈다. 관심 없다는 듯 서류를 대강 훑은 대령은 필요 없다는 듯 그것을 책상에 던지고 PCM이라 쓰인 것을 집어 품 안에 넣었다. 몸을 돌린 해리슨 대령이 나가자 소장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상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답이 오자 소장은 받은 봉투를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해리슨 대령의 뒷모습을 본 소장은 고개를 한 번 젓곤 위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밟았다.
자신의 집무실 구조와 흡사한 곳에 들어선 소령은 창 밖을 보던 중장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보던 보지 않던 격식에 따른 인사를 한 소장은 마련된 의자에 앉아선 해리슨 대령이 두고 간 봉투를 앞에 놓았다.
" 예상보다 이른 시간이군. "
" 존 해리슨 대령이 일찍 임무를 마쳤습니다만... "
말꼬리를 흐리는 소장의 태도에 중장이 의자를 돌렸다. 보통이라면 살짝 아래를 보았을 소장의 시선이 오늘따라 중장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비난의 기색을 읽은 중장은 소장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 그러면 된 것 아닌가. "
" 정말로 그들을 놓아 주는 겁니까? "
" 회의에선 그리 결정 되었다. "
" 그들은 전범(War Criminal)입니다. 영구동결 후 우주에 떠돌아.. 아니, 그들 전부를 죽여야 마땅한 것 아닙니까? "
흥분한 소령의 말에 중장은 일언반구도 없이 봉투를 집어 서류를 꺼내 읽고만 있었다. 추궁에 가까운 질문을 했던 소장은 답이 없자 얼굴이 붉어졌다.
" 중ㅈ… "
" 동결 후 우주에서 떠돌게 한다면 쿨링온 제국 같은 적들의 손에 넘어가게 되지 않겠나. "
" 그렇다면 사형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
" 마커스 제독 사후 조사 된 자료에 따르면,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어.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일세. "
" 꼭 그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
말을 이으려던 소장을 손가락 하나로 제지한 중장은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곤 말을 이었다.
" 회의를 통한 결정이었네. 이것은 명령이고, 자네는 따라야 하지. "
중장의 말에 소장은 입을 다물었다. 위에서 결정 되 내려 온 것 이라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의견과는 상관 없이 명령에 따라야 했다. 한숨을 푹 쉬고 돌아서는 소장에게 중장은 한 마디 던졌다.
" 이 바닥이 그렇다는 걸 잘 알잖나. "
"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젭니다. "
- 런던, 31구역 31th Section, London
의자에 앉은 존 해리슨 대령은 책상에 예의 서류봉투를 던졌다. 작은 비프음과 함께 컴퓨터 화면들에 불이 들어오고 몇 가지 전자음이 침묵을 깼다. 한참을 아무 행동 없이 있던 그의 입 꼬리가 미세하게 위로 향했다. 대령은 몸을 바로 한 뒤 시선을 모니터에 두었다. 중앙 모니터 화면엔 'Report_1FS_K30043' 라는 폴더가 덩그러니 존재했다.
' 우리를 두려워 하는 인간들이 이것에 대한 답을 원한다는 건 웃긴 일 이지. '
폴더 내 몇 개의 문서를 띄운 대령은 입력장치 위에서 손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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