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Colorful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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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감시자 Surveillant (上)



Project Colorful Mind

 6. 감시자 Surveillant (上)

 Written by Kaelly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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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한 번도 내 편이었던 적이 없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커크의 한탄에 스팍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그들이 마주 앉은 테이블 아래에는 빈 술병 서너 개가 수줍게 숨어 있었다. 스팍이 대답없이 물을 들이키자 커크가 투정을 부렸다.


"듣고 있어? 내 얘기 듣기는 했어?"

"분명히 들었습니다. 칸 누니엔 싱이 스타플릿에 순순히 협조하여 최종적인 합의를 이끌어냈고, 그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책임자이자 그를 감시할 인물로 당신이 선정되었죠. 이는 당신의 역량과 능력을 고려한 결과로서 저는 이의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길고 논리적인 설명이었음에도 커크는 입을 비죽이며 대꾸했다.


"누가 몰라? 말이나 못하면."


커크의 반응에 스팍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함장은- 아니, 자신의 전(前) 함장은 속시원히 말을 하는 법이 없었다. 가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말을 꺼내는 대신 기묘한 방식으로 비꼬거나 받아치는 식이었다. 스팍은 한동안 그의 방식에 적응해야 했고,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신이 이에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겁니까? 엔터프라이즈가 아닌 파이오니아라는 것?"

"됐다니까."


커크는 손을 저었다. 한쪽은 할 말을 가두고, 한쪽은 할 말을 고민하는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스팍과 커크 모두 그 공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커크의 기분이 차츰 하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뜻이었다. 스팍은 약간 갈증을 느끼며 다시 목을 축였다. 그것을 깨뜨린 것은 언제나처럼 맥코이였다.


"늦어서 미안."

 

바의 문을 열고 맥코이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외계생명체의 효과적인 외과 수술에 대한 세미나가 막 끝난 참이었다. 맥코이는 지구에 발을 딛자마자 그와 단어만 다를 뿐 비슷한 이름의 세미나들에 연거푸 끌려다녔고 불평을 있는 대로 쏟아붓곤 했다. 그래도 발표 요청을 거절하는 법은 없었다.


"미안하면 네가 사." 커크가 웃으며 병을 밀었다. 


맥코이는 투덜대며 술을 받아들었다. 커크의 표정이 밝아지자 덩달아 스팍 또한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을 자주 겪었기 때문에 스팍은 맥코이에게 일종의 감사함마저 느꼈다. 맥코이가 자리에 앉자 커크는 밤이 다 가도록 지겹게 늘어놓은 말을 다시 꺼냈다.


"본즈. 우주는 왜 내 편이 아닐까?"


스팍이 자연스레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에 맥코이는, 커크의 친우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의 비논리적인 질문에 어떤 답을 돌려줄까. 


"꼬맹아. 우주는 누구의 편도 아니야."


아. 그렇구나. 커크는 납득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스팍은 그럴 수 없었다. 닥터 맥코이의 말이 지극히 논리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맥코이와 커크는 주거니 받거니 자신은 끼어들 수 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결국 스팍은 여느 때처럼 맥코이와 커크의 대화를 경청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자식이 날더러 고르라더라. 함께 데려갈 사람 한 명."


프로젝트에 대한 간명한 설명이 끝나고 커크가 병을 테이블에 소리나게 내려놓았다. 스팍과 맥코이는 거의 동시에 그런 커크를 바라보았다. 스팍은 당연히 그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할 것이라 생각했고,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만큼 그를 보좌할 수 있는 부관은 없었다. 


그리고 맥코이 또한 커크가 스팍을 데려가리라 생각했다. 칸과 함께 탐사를 떠난다면 그를 제압할 수 있는 스팍이 당연히 그와 함께 가야 했다. 물론 알레르기란 알레르기는 모두 빼먹지 않고 걸리는 커크가 걱정되긴 했지만, 못해도 칸이 있으니 그의 혈청으로 대부분의 것은 치료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커크의 말이 떨어졌을 때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본즈. 네가 나랑 가는 거야."


맥코이는 뭐? 하고 되물었고 스팍은 눈썹을 움직였다. 두 반응 모두 어째서 커크가 그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이에 커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였다.


"내일이면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올 거야. 스팍은 대령으로 진급, 그리고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직을 수행하게 돼. 크루들은 관례대로 몇 명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유지되고. 어때, 기쁜 소식이지? 고마워해도 돼."


찡긋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툭 치는 커크에게, 스팍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방금 커크가 건넨 의외의 소식에 감사를 표해야 할지 자신을 부관으로 삼지 않은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야 할지- 스팍은 완전한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과 커크가 다른 배를 탄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이렇게 빨리는 아니었다. 


"내... 세미나와 포럼들은 어쩌고?"


떨떠름하게, 믿지 못하겠다는 양 맥코이가 입을 열었다. 당연히 취소지. 커크는 활짝 웃으며 부러 그를 강하게 껴안았다. 술냄새가 그의 목덜미에서부터 확 끼쳐 올라와, 맥코이는 그만 눈을 찌푸렸다.


"아주 지 멋대로구만." 

"내가 원래 그렇잖아."

"오오냐."


술에 잔뜩 취한 커크는 맥코이에게 매달려 헤실거렸고, 맥코이는 그런 커크의 주정을 일일히 받아주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일종의 유대감마저 느껴졌다. 자신은 범접할 수 없는, 그러한 어떤 보이지 않는 벽이 자신과 그들 사이에 세워져 있는 느낌. 덕분에 스팍은 애꿎은 물만 한 통을 비웠다. 


-


며칠 후, 아처 제독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근하지 않았고 커크는 그를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갔다. 허탕을 친 커크는 귀찮았는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떤 이유에서건 다시 아처 제독을 찾아가지 않았다. 대신 그는 레너드 맥코이를 USS 파이오니아의 CMO(Chief Medical Officer)로 강력히 추천했고 해리슨은 이를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스팍은 대령으로 진급하여 공식적으로 엔터프라이즈의 함장직을 제임스 커크로부터 승계받았다. 엔터프라이즈 크루들은 크게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지만, 커크가 자신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다소 충격을 받은 듯했다. 덕분에 모두가 오랜만에 모인 날 밤, 스팍의 진급과 커크의 전근을 동시에 축하하며 그들은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물론 스팍은 술을 물처럼 마셨다)


그리고 또 며칠 후, 그날은 USS 파이오니아가 출항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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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4. 05:46
카레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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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칸커크 릴레이 'Project Colorful Mind' | Star trek : Into Darkness 기반 | 집필자 : 카레우유, Gesilliya | 아이디어 출처 : pic.twitter.com/CJ5lStal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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